"금생에 와서 공부하면 이미 늦으리"
황산곡(황정견)의 전생이야기
중국 송나라때에 황정견이란 사람이 있었다.
산곡이란 자가 있어서 보통 황산곡이란 이름으로 알려졌다. 강서성 수수현 사람이였다.
그는 시와 서예와 그림이 모두 출중하여 당시 “삼설“이라 하였으며, 소동파와 함께 ”소황“이라 일컬었다.
황산곡은 문장으로만 유명할 뿐아니라 지극한 효자였다. 그는 평생 동안 어머니가 쓰시는 변기를 손수 세척하였다. 후에 높은 고관이 되었을 때도 그 일만은 아래 사람에게 맡기지 않았다.
그는 머리가 총명하여 일찍이 알성급제를 하여 곧 무호 지방 고을 원으로 임명되었다. 그가 원님이 되어 부임한 때 그는 겨우 26살이였다.
어느 날 관아에서 낮잠을 자는 데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에 그는 관아 대문을 나가서 무심히 걸었다. 어느 마을에 이르렀다. 황산곡이 멀리 바라보니, 그 때 어느 노파가 자기 집앞에 상을 차려 놓고 손에 향을 피워들고 중얼거렸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는 대문을 닫고 들어갔다. 산곡이 가까이 가서보니 차려 놓은 상 위에는 미나리 죽 한 그릇이 놓여 있었다. 갓 끓인 죽 그릇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났다. 또 향긋한 미나리 향이 그윽하였다. 황산곡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죽 그릇을 들고 먹었다. 다 먹고 나서 갔던 길을 되짚어 관아로 돌아왔다.
잠에서 깨고 보니 한바탕 꿈 이였다. 그런데 꿈에서 본 광경이 눈앞에 아주 생생하였다. 더욱이나 기이한 것은 입에서는 미나리 향내가 풍겨 나왔다. 그는 속으로 매우 궁금하였으나 그냥 꿈이겠지 하였다.
이튿날 또 낮잠을 잤다. 또 꿈을 꾸었는데 어제의 본 광경과 같았다. 역시 꿈에서 깨고 나서도 입과 이 사이에서 나는 미나리 향내가 너무 감미로웠다. 황산곡은 기이한 꿈이라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직접 나가보기로 하였다. 관아를 나와 꿈에 본 기억을 더듬어 꿈에 걸었던 길을 따라 걸었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계속 걷는 길이며 주위와 연변의 풍경이며 꿈에서 보았던 것과 일치 하였다.
마침내 어제 미나리 죽을 차려 놓았던 집 앞에 이르렀다. 싸리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황산곡은 문을 두들겼다.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나와 문을 열었다. 황산곡은 물었다. ”어제와 오늘 어떤 분이 문밖에 나와서 죽을 차려 놓고 누군가에게 와서 먹으라고 부른 것 같은데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할머니는 대답하였다.”어제가 내 딸 아이의 제삿날 이었다오 그 애가 생전에 미나리 죽을 아주 좋아 하였다오 그래서 해마다 제삿날이면 미나리 죽 한 그릇을 차려 놓고 그 애를 불러 먹인다오“
황산곡은 물었다.
”따님께서 왕생한지가 얼마나 되었습니까?“ 할머니는 대답하였다. ”벌써 스물여섯해가 되었다오“
황산곡은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자기가 스믈여섯 살이 아닌가? 그리고 어제가 공교롭게도 자기의 생일이었던 것이다. 황산곡은 더욱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할머니에게 다가서며 딸이 생전에 어떤 사람이였고, 어떤 생활을 했는지,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할머니는 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할머니는 평생 이 딸 하나를 나서 길렀다. 딸은 책 읽기를 너무너무 좋아하였다. 또 독실한 불교 신자이였고 연중 채식을 하였고, 아주 효녀이였다. 그러나 결혼은 생각지도 않고 거론도 못하게 하였다.
그러나 스믈 여섯 살이 되면서 까닭 모를 병이 들어 죽고 말았다. 임종시 그녀는 어머니께 말하였다. ”엄마 이후에 꼭 엄마 보러 올께!“ 할머니는 황산곡을 방안으로 안내했다. 할머니는 저 쪽 구석에 놓여있는 커다란 나무 궤를 가리키며 말하였다. ” 그 애가 평생 동안 보던 책이 모두 저 궤짝 속에 있는데 자물쇠를 채워놓고 가버렸어요 열쇠를 어디에 놓았는지 알 수 없어 한번 열어보지 못했어요“
그때 황산곡은 열쇠가 놓인 장소를 기억해냈다. 기억을 더듬어 찾아보니 과연 열쇠는 그곳에 있었다. 나무 궤짝을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책 이외에도 많은 글을 쓴 원고 뭉치가 들어있었다. 향산곡은 조심스레 원고를 읽어보았다. 이게 웬일인가! 향산곡은 깜짝 놀랐다. 그 안에 들어있는 원고들은 알고보니, 자기가 매번 시험에 참가하여 답안으로 썼던 문장들이 놀랍게도 모두 그 원고에 있었다. 글자 하나 틀림없이 모두 그대로였다.
그제야 황산곡은 궁금증이 풀렸다. 그러니까 그 할머니는 자기 전생의 어머니였다. 이리하여 황산곡은 그 할머니를 관아로 모셔 가 돌아가실 때까지 편안히 잘 모셨다.
후에 황산곡은 후원에 조그만 정자를 짖고, 그 안에 자기의 조각상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거기에 이렇게 썼다.
”스님 같으나 삭발하지 않았고,
속인 같으나 이미 속세를 떠났네,
꿈속에서 또 꿈을 꾸고, 이 몸 이전에
또 몸 있었음을 깨달았네“
청나라 때 유명한 문장가 원매가 이 이야기를 듣고 감탄하였다.
”책을 금생에 와서 읽으려면 이미 늦는구나“
황산곡은 말년에 참선하며 채식을 하고 살생을 금하는
“계살생” 의 시를 써서 세상에 돌렸다.
”내 육신 곧 중생의 고기,
본질은 같으나 이름만 다를뿐,
내가 산해진미 바랄 때, 고통 받는 저 중생,
염라대왕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반성함이 어떨지!“
***
이차인연공덕으로
사바세계에 고통받는 일체중생이
모두 다 극락정토에 왕생하여 성불하여지이다~!"
나무아미타불 아미타불 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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